돌이 지났을 무렵, 우리 아들은 내 무릎 위에 앉아 책 보는 걸 참 좋아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슬쩍 안아 무릎 위에 올려 함께 읽어줬다. 그게 좋았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책만 집으면 당연하다는 듯 내 무릎으로 올라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있었다.

엄마 무릎에도 올라가고, 어린이집 선생님 무릎에도 올라갔다.
'책 = 누군가의 무릎 위'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 무릎 위에 올라오는 순간이면 나는 자동으로 변신했다.

평소의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 하는, 조금은 수줍음 많은 개발자다.

하지만 아들이 무릎에 앉는 순간만큼은 달랐다.

호랑이 목소리도 냈다가, 할아버지 목소리도 냈다가, 자동차 소리도 내고, 기차 소리도 내고, 등장인물마다 다른 목소리를 만들며 책을 읽어줬다.

회사에서는 코드로 버그를 잡는 사람이었지만, 집에서는 아들을 웃기기 위해 온갖 성대모사를 하는 개그맨이 되었다.

신기한 건 그 시간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관객이 내 무릎 위에서 눈을 반짝이며 웃어주니까.

지금도 책 한 권을 들고 내 무릎 위로 올라오던 그 작은 발걸음을 떠올리면,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